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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빛

"다올 님?"

 

꿰뚫린 고통을 어찌어찌 끌어안고 절뚝거리며 아발론 게이트로 드디어 발을 들이던 찰나에 마침 외출을 나가려고 채비하는 르웰린과 마주쳤다. 아니 얘는 무슨 이런 꼭두새벽부터 외출준비를 하고 있는거야. 일부러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 시간에 복귀하는 것이었는데. 꽤나 먼발치를 바라보다가 걸어오며 새긴 붉은 흔적을 따라 차분히 시선을 옮기던 그가 나와 눈이 한번, 그리고 내가 부여잡고 있는 꿰뚫린 배를 한번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신경쓰지 마... 하던거...해."

 

나는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은근히 사람 재는 듯한 눈빛과 말투. 물론 자신이 그동안 꽤나 무례하게 군 것 같다며 일전에 사과 아닌 사과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호감을 표현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감이 무척 좋은 르웰린이 사람과 사람간의 감정선에도 그 특출난 재능이 발동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하아..."

무심한 듯한 감정이 섞인 그의 눈빛을 지나쳐 나는 나름의 최고속도를 내며 숙소로 향했다. 그래봐야 거의 거북이 기어가는 속도였다. 종족 중에서 발걸음이 제일 느린 것도 서러운데 하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 앞에서 이런 꼴이라니. 물론 저기 서 있던게 르웰린이 아닌 알터였어도 조금 다른 의미로 거북했겠지만. 아마 동네방네 떠나가라 울며 모두를 깨웠겠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의 지나친 걱정은 때론 독이니까...아무튼지간에 그가 최대한 빨리 아발론 게이트를 벗어나고 나는 빨리 숙소에 도착하길 속으로 연신 빌며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제가 당신과 마주칠 때 별로 달가워하진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심하게 다친 사람을 무시할 정도로 인성을 말아먹은 사람은 아닙니다만."

 

".....?"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치료소로 가시죠."

 

"아니...그게...바로 내 방으로..."

 

"가시죠. 치료소에."

 

상처를 부여잡지 않은 다른쪽 손을 가만히 들어 자신의 어깨로 두르려는 르웰린에게서 살짝 주춤하며 멀어지자 그가 다시 눈가를 찌푸렸다. 손사래를 치며 방으로 돌아가겠단 제스처를 취하자 뚝뚝 끊어서 강조하는 그 힘이 들어간 두 마디에 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너 원래 이런 성격 아니잖아. 아무리 봐도 별로 관심이 없으면 다치던 죽기 직전이던 간에 눈길도 안줄 타입인데.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바로 눈 앞에서 거의 죽어가는 사람을 무시할 정도의 인성파탄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래뵈도 일단은 신을 믿는 입장이니까요. 모든 만물을 포용하고 아낌없이 사랑하시는."

 

"...아...그래..."

 

그래, 뭐...사실 거의 잊다시피 했지만 일단은 이 녀석도 주신 아튼 시미니 산하의 알반 기사단 일원이었지. 산하라는 표현이 적당하긴 한가...사실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이 세상을 구현하고 또 저들이 직접 받아서 쓰는 신성력이 아튼 시미니에게서 기원한다고 하니까. 보긴 봤지. 그 신의 증거 중 일부. 마치 정말로 절대신이 강림한 듯한 자태와 꽤나 안정적이지만 무척 압도적인 그 방대한 신성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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